외딴방 - 신경숙

작가들의 후기같은걸 보다가 가끔 소름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지예'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후기를 보면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것 같았다.'라고 써놓았죠.

뭐 꼭 후기가 아니더라도 작품이나 산문집 같은걸 보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토로하고 있는 감정들은
좀 섬뜩한 면이 있어요.
얼핏보면 글을 쉽게 쓴는것처럼 느껴지는 박완서같은 작가들도
막상 산문집 같은걸 보면 '거짓말을 못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놓기도 하구요.

이 '외딴방'이란 작품을 보면서도 제가 가장 많이 느낀건 역시
글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아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외딴방'은 참 어지러운 소설입니다.
작품내 시간은 예고없이 변하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외치며,
예전 어려웠던 시대를 이야기 하는듯 하다가도 갑자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변해버리죠.

뭐 어지럽다고 해서 읽기가 힘든 작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읽기는 쉬운편이죠.
그럼에도 급격하게 변해버리는, 또 어지러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책을 쉽게 볼수 없게 만들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두가지 이야기, 즉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와
70~80년대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이야기가 구분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면서
혹은 뒤섞이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죠.
이 책의 굉장한 점은 이런 연결과 뒤섞임이 정말 절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앞서서 읽기에는 쉽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두가지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달될때 그 둘사이의 연결은 확실하게 보일수있도록
그리고 둘사이의 뒤섞임은 확실히 느낄수 있도록 정말 잘 쓰여졌다는 거죠.

거기에 작가가 이야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점도 볼만했어요.
독자에게 여지를 남겨줬다고나 할까요?
어떤 사건 하나하나를 해석해놓기보다는
그저 독자에게 그 사건을 전달하는데 더 중점을 두었어요.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좀더 자유로이 이야기에 대해 상상하고 느낄수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좋은점들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건 이런 글을 쓰는것에 대한 작가의 고뇌였습니다.
뭐랄까... 말그대로 '자기 살을 깎아먹으면서' 글을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해서 급하게 써나갈수 밖에 없는 작가의 숙명같은거라고나 할까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자의식이 강한데다 나르시즘이 어느정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표출하는데 그토록 어떠한 아픔이 존재한다는것
왠지 그것이 굉장히 슬픈일처럼 느껴지더군요.
제가 방문자도 몇 되지 않는 제 블로그의 글을 보면서도 늘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작가들은 오죽할까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럼에도 작가들은 글을 써야한다는것,
그리고 독자들은 그것을 봐야한다는것,
그것은 영원히 멈출수 없는 일이겠죠.

by Bluer | 2007/08/09 23:38 | 책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해피머니 at 2007/08/10 05:29
멋지네요.
Commented by 혜영양 at 2007/08/10 09:33
콘디의 글로벌 리더십이란 책을 보고 있는데.. 진도가 영 안나가네요. (..)
예전에 학교 다닐때는 책을 끼고 살았는데 말이죠. (웃음)
Commented by Bluer at 2007/08/19 22:02
해피머니님//감사합니다.
혜영양님// 저도 그래요. 요즘 더워서 그런지 회사때문에 그런지 진도가 영 안나가는군요.
역시 가을을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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